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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50원 인상을 향한 목소리

최저시급 세후 7.62유로. 누군가 6.84유로는 너무 적지만 8.46유로는 많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어이가 없어서 원.

 

 

지난 1월에 개봉된 영화 <두 세계 사이에서> 주인공 ‘마리안’의 대사다. 르포 작가인 마리안은 ‘고용 불안’을 주제로 한 신작을 준비하다가 최하위 노동 취약계층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자 프랑스 북부의 캉caen이라는 작은 도시로 떠난다. 위장취업에 성공한 그는 최저시급을 받고 청소부 일을 시작한다. 첫번째 청소 현장은 캠핑장 숙소였다. 그를 포함한 청소부 세 명이 캠핑장 전체 객실과 공동 화장실을 청소한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세 시간. 처음 경험하는 난도 높은 노동에 마리안은 초장부터 넋이 나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영화 <두 세계 사이에서> 스틸컷 ⓒ왓챠

 

청소가 끝난 뒤 캠핑장 사장은 청소 상태를 검사하며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트집을 잡으려고 안달난 사람처럼 사장은 오래된 전자레인지 얼룩을 들먹이며 나무란다. 캠핑장 사장의 불평에 잔뜩 열받은 청소업체 매니저는 마리안과 다른 청소부를 불러 화를 낸다. 마리안은 억울한 목소리로 시간이 부족했다 반박하자 매니저는 이렇게 말한다. “못 배운 게 어디서 가르치려 들어? 당장 유니폼 벗고 나가”. 청소업체에서 잘린 그는 이후 6개월간 여러 청소 업체를 전전하며 저임금 고강도 노동과 비인격적인 대우의 현실을 겪는다.

 

그렇다면 프랑스보다 최저 임금이 더 낮은 대한민국 청소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어떨까. 2019년 8월 서울대 공대 지하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한여름에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휴게 환경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2년 후인 2021년 6월, 서울대 기숙사에서 일하던 또 다른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고강도 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두 청소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하면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3개 대학 사업장의 휴게실 148개소 중 전용 샤워 시설이 있는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시위를 벌였지만, 재학생 3명으로부터 학습권 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당했다.

 

지난 3월 여의도 국회 앞에서 ' 서울 지역 대학교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핌

 

2024년 3월 2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 지역 대학교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용역 업체가 임금 인상을 거부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소노동자인 문 씨는 “한 끼 식대가 2,700원이다. 그 돈으로는 김밥 한 줄을 살 수도 없고, 학교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김 씨는 “청소 경비 일자리는 저임금·비정규직인데다 간접 고용 시스템 때문에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도 잘리지 않으려면 참을 수밖에 없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의도 국회에 나와 있는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계 비용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며 시급 270원, 식대 2만 원, 상여금 25만 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가 권고한 시급 270원 인상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식대조차 동결하면 저임금의 비정규노동자들은 밥 한 끼도 제대로 먹기 어렵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측은 시급 50원 인상, 식대·상여금 동결 입장을 밝혔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조사한 올 1분기 모바일식권 점심값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전국 평균 점심값은 10,096원이다. 1년 전 동기에 비해 533원 올랐다. 서울의 평균 점심값은 10,798원으로 가장 높았다. 1년 새 점심값은 533원이 올랐지만, 청소노동자의 한 끼 식대는 5년째 2,700원이다. 그들은 평균 점심값 10,096원의 30%도 못 미치는 식대로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2024년 6월 이화여대 앞에서 또다시 청소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소노동자의 인격은 최저가가 아니다."